목욕휠체어 안전벨트 거부, 장애인의 속사정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신안자립 작성일19-03-07 12:27 조회2,109회 댓글0건본문
“내 권리” 주장, 고관절 부상…“왜” 질문은 없었다
마이클 스멀 회장, 장애인 ‘선택과 통제’ 기조강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3-06 17:56:50
▲ 6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주최 ‘2019 자립생활(IL) 컨퍼런스’에서 사람 중심 실습을 하는 공동체(TLC-PCP) 마이클 스멀 회장이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에이블뉴스
휠체어를 앉아야만 활동이 가능한 근육장애인 랄프는 일상생활에서 꼭 안전벨트가 필요하다. 랄프의 중요한 일과인 샤워를 위해서는 활동지원사가 랄프의 옷을 벗긴 후, 목욕용 휠체어로 이동시켜, 안전벨트를 채워 목욕탕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랄프가 “오늘은 안전벨트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안전벨트를 채우지 않으면 미끄러질 텐데….” 그런데도 랄프는 “안전벨트를 채우지 않은 것은 내 권리”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활동지원사인 당신의 선택은?
6일 서울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주최 ‘2019 자립생활(IL) 컨퍼런스’에서 사람 중심 실습을 하는 공동체(TLC-PCP) 마이클 스멀 회장이 청중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속 관계자들은 저마다 답을 던졌다.
“바닥에 앉혀서 씻기는 등의 대안을 마련할 것이예요.”
“당사자의 요구를 묵살하면 안된다. 안아서 씻겨 준다던 가의 노력이 필요해요.”
“일단 요구했기 때문에 해줘야 합니다. 중증장애인들은 자신의 의견과는 달리 타인에 의해 통제당하는 경험이 많았다. 그것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활동지원사는 랄프에게 다시 한번 “위험할 수 있다”고 고지시킨 후 휠체어를 조심스럽게 밀었지만, 목욕탕에 들어가는 순간 미끄러져 추락하고 말았다. 고관절 뼈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한 랄프에게 조사관이 물었다. “왜 당시에 안전벨트를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까.”
그때야 랄프는 대답했다. “빌어먹을 놈의 안전벨트가 낡아서 제 배를 쓸려서 아팠습니다.”
마이클 스멀 회장은 “장애인이 무엇을 요구할 때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랄프의 활동지원사는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만약 랄프에게 “왜”라고 물어 랄프의 사정을 알았다면, 당장 임시방편적으로 배와 안전벨트 사이에 수건을 끼워준 후, 목욕이 끝나고 안전벨트를 바꿨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이클 스멀 회장은 “당사자가 위험스러운 상황을 감수하겠다고 하면 ‘왜’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그룹홈에 사는 뇌병변장애인 샘은 매일 아침 주방으로 내려와 “커피”라는 한 단어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면 그룹홈 스텝은 커피를 끓여 샘 앞에 놔둔다.
그런데 어느 날, 새로운 스텝이 그룹홈에 근무를 시작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주방에 내려온 샘은 “커피”라는 한 단어만 말했다. 새로운 스텝은 “샘, 그렇게 말하지 말고, ‘커피 주세요’라고 말해주세요.”라고 공손히 말할 것을 요구했다.
화가 난 샘은 “커피, 지금 달라”고 하자, 스텝 또한 “내가 부탁한 말을 하지 않았잖아요.”라고 끝까지 ‘커피 주세요’라는 말을 하라고 응수했다. 결국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샘은 텔레비전을 바닥에 내친 후, 병원에 후송됐다. 왜 이런 사태까지 발생하게 됐을까?
마이클 스멀 회장은 “스텝은 ‘내가 하는 일이 맞는 일이야’라는 사고로 샘을 가르치려고 했던 것이다. ‘내가 너보다 더 뛰어나’에 빠져 공손하게 말해야 한다는 것을 샘에게 강요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당사자 분들이라면 타인의 힘에 억눌렸던 경험이 한 번쯤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들을 지원해주는 교육과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이클 스멀 회장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선택과 통제를 위해서는 ‘어디에 살 것인가,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시간을 투입해 무엇을 할 것인가’ 등의 질문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택을 위한 단순한 정보 주기가 아닌, 싫어하는 것, 포기해야 하는 것 등을 질문을 통해 파악해 당사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또 나쁜 선택 또한 학습을 통해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반면, 트라우마가 있는 장애인이 있을 경우,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그룹홈에 사는 뇌병변장애인 샘은 매일 아침 주방으로 내려와 “커피”라는 한 단어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면 그룹홈 스텝은 커피를 끓여 샘 앞에 놔둔다.
그런데 어느 날, 새로운 스텝이 그룹홈에 근무를 시작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주방에 내려온 샘은 “커피”라는 한 단어만 말했다. 새로운 스텝은 “샘, 그렇게 말하지 말고, ‘커피 주세요’라고 말해주세요.”라고 공손히 말할 것을 요구했다.
화가 난 샘은 “커피, 지금 달라”고 하자, 스텝 또한 “내가 부탁한 말을 하지 않았잖아요.”라고 끝까지 ‘커피 주세요’라는 말을 하라고 응수했다. 결국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샘은 텔레비전을 바닥에 내친 후, 병원에 후송됐다. 왜 이런 사태까지 발생하게 됐을까?
마이클 스멀 회장은 “스텝은 ‘내가 하는 일이 맞는 일이야’라는 사고로 샘을 가르치려고 했던 것이다. ‘내가 너보다 더 뛰어나’에 빠져 공손하게 말해야 한다는 것을 샘에게 강요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당사자 분들이라면 타인의 힘에 억눌렸던 경험이 한 번쯤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들을 지원해주는 교육과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이클 스멀 회장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선택과 통제를 위해서는 ‘어디에 살 것인가,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시간을 투입해 무엇을 할 것인가’ 등의 질문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택을 위한 단순한 정보 주기가 아닌, 싫어하는 것, 포기해야 하는 것 등을 질문을 통해 파악해 당사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또 나쁜 선택 또한 학습을 통해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반면, 트라우마가 있는 장애인이 있을 경우,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